언제부턴가 다가가지 않고 기다리게 됐다.

내가 실망을 하게 될까 봐 다가가지 못했던 건 아니다.

다가가기엔 수줍음이 너무 컸다.

다만 수줍기 때문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.

마냥 기다리면서, 

하염없이 해가 뜨고 별이 지는 풍경들 아래에서 그 풍경을 고스란히 앓았다.

기다리고 있어서 초조하거나 힘이 들거나 하진 않았다.

기다린다는 그 자체에 대해서 그냥 그대로 실컷 앓았다.




기다리기만 하다가는 꼭 잃을 것만 같아서 다가갔고,

다가갔다가는 꼭 상처를 입을 것만 같아서 기다렸다.

서성이느라 모든 날들이 피곤했다.




이제는 다가갈까 기다릴까를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, 그냥 지켜보게 됐다.

이것은 살아온 날들이 만든 현명한 태도이지만은 않다.

정념의 불꽃을 다스렸다는 절제 또한 아니다.

소중한 것들이 내 품에 들어왔던 기억, 

그 기억에 대해 좋은 추억만을 갖고 있진 않기에,

거리를 두고 지켜 볼 수밖에 없는, 

일종의 비애인 셈이다.

나를 충족시키는 경우보다 

결핍 

그대로가 더 나은 경우를 경험해 보았다.





오지 않을지도 모를 그때를 위해서 혹은 오지 않아도 상관은 없기에,

마음에 들어온 사람을 이토록 지켜만 본다.



마음사전 / 김소연 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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